차고 투명한 것이
눈발처럼 가볍고 잡히지 않는 것이
내 안에 들어와 살며시 가슴 하나
안개로 피어나고
겹겹이 어둠으로 나를 에워싼다
춥고 쓸쓸한 지하의 밀실로 끌어들이고
황량한 광야에 홀로 서 있게 한다
포수에 잡힌 사슴처럼 유순히
가는 모서리 늘어뜨리고
보이지 않는 올가미에 몸을 맡긴다
서서히 깊은 나락으로 가라앉는다
바닥 모를 수렁
가끔 예수라는 사나이의
캄캄한 뒷모습을 엿보기도 하지만
눈물나게 안타까운 것은
그 무색 투명한 거대한 그물이
왜 까닭 없이 나를 포획하고
끝내 놓지 않는지
알 수 없는 일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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